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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 한국 영화계의 꿈을 이루다

by 지란지교소프트 2021. 2. 1.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 한국 영화계의 꿈을 이루다 - 지란지교소프트 with 지란지교패밀리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입니다. 얼마나 작은 나라냐 하면, 전 세계의 땅덩이 중에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0.0002%입니다. 그렇게 조그마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 작디 작은 땅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인물들이 드물지 않게 나타나곤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목록에 우리는 또 한 명이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 영화계의 꿈을 실현하며 거목이 된, 봉준호 감독입니다.

<2019년 제 72회 칸 영화제 포스터>

올해 5월 14일에서 25일까지 개최된 제 72회 칸 영화제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역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입니다.

앞선 2013년에 문병곤 감독이 세이프로 단편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지만, 장편 부문에서의 수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칸 영화제는 사실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넘기 힘든 벽이었고, 더구나 황금종려상은 멀고 먼 꿈이었습니다.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와 베를린 영화제에는 60년대부터 한국 영화인의 참여가 이루어졌지만, 칸이 한국 영화에 문을 연 것은 1984년 이두용 감독이 최초였습니다. 그것도 비경쟁부문이었고, 경쟁부문에 한국 영화가 오른 것은 세기가 바뀐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전에 이르러서야 가능했습니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아쉽게 황금종려상 다음의 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합니다. 임권택 감독, 이창동 감독, 박찬욱 감독 등 한국의 거장들이 칸의 레드카펫을 계속 밟아왔으나, 장편부문의 황금종려상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 어려웠던 한국 영화계의 꿈. 드디어 최초의 장편 황금종려상 수상자가 올해 탄생한 것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흔히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은 천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인터넷에서 유명할 정도로 작품의 안에 세세하게 새겨 넣는 그만의 디테일은 마치 단청이나 세공을 보듯이 정밀하고도 흥미로우며, 아름답습니다. 그의 이러한 작품세계는 이미 국내외에서 많은 인기와 찬사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해외의 많은 영화계 유명인사들이 그의 팬을 자처했으며, 단지 그를 보기 위해서 자비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날아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일화는 유명합니다. 흔히 주고받는 립서비스를 벗어난, 진심 어린 찬사가 가득할 만큼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관객과 평단을 가리지 않고 보는 이를 흡입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이러한 작품들은 자연스레 ‘천재’라는 수식어를 불러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천재’라는 표현이나 ‘봉테일’이라는 별명도 선호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작품의 스토리텔링과 완성을 위해서 끊임 없이 고민하고 실행하며 고치는 ‘강박형’이라고 합니다. 보통 영화가 700~1500컷으로 완성되는데, 그는 콘티 작업만 만 컷을 넘게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걸작 살인의 추억은 무려 17번째 원고로 완성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세칭 ‘봉테일’을 찾으려 집중하다 영화의 본질을 놓치게 될까 우려하며 디테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봉 감독의 자평은 사실 장동건의 ‘나는 미남 아니야’라는 발언에 비할 만한 망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팽팽하게 보는 이를 긴장시키고, 집중시킵니다. 그렇게 팽팽해져 있을 때 뜻밖의 유머가 그 긴장을 풀며 폭소를 터뜨립니다. 그리고 그 웃음이 잦아들 때쯤에 진하고 먹먹한 것이 가슴을 때려옵니다. 이런 식의 흐름이 보는 이를 들고 내립니다. 그 사이 사이에 빼곡하게 박혀있는 디테일과 영상의 미학은 보는 이를 압도하거나 절망에 빠뜨릴 만큼 천재적입니다. 심지어 그렇게 풀어낸 그의 영화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움켜쥔 채 관객을 맞이합니다. 실제로 그의 재능에 감탄하고 질투하는 동료 감독의 코멘트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천재가 아니라면 누구도 천재를 칭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후하지 않은 평가입니다.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 수상은 어찌 보면 언젠가 일어날, 시간문제였던 것이다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오만한 생각일까요? 그간 그의 작품들이 세계 영화계에 불러 일으킨 반향을 생각하면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황금종려상은 큰 업적이지만, ‘봉준호의 작품을 기다리는 즐거움’은 이 트로피가 있다고 더 커질 것 같진 않습니다. 그가 다음에는 어떠한 작품으로 어떠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지, 그것은 늘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이미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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