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일궈낸 AMD의 CEO, CPU 여신 리사 수 - 지란지교소프트 with 지란지교패밀리
기업과 기업 사이에도 라이벌리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의 통신 3사라든가, 가전 분야에서 경쟁하는 LG와 삼성이 알게 모르게 서로를 견제하죠. 자동차 메이커 간의 경쟁은 아예 레이싱 스포츠라는 판을 벌여서 이루어집니다. 때로는 지면 광고로 날선 코멘트를 주고받기도 했었죠. 드림플랫폼에서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의 커피숍 경쟁도 재미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간의 라이벌리는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격돌한 애플과 삼성, 그리고 CPU 시장을 전통적으로 양분하고 있는 AMD와 인텔의 경쟁입니다. 애플은 고 스티브 잡스라는, 대중에게까지 인기를 끈 스타 CEO가 혁신을 주도하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합니다. 아이팟, 아이폰에서 시작된 애플의 제품 라인업은 특유의 감성 마케팅을 발판 삼아서 높은 가격과 형편없는 CS, AS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시하고 승승장구를 거듭했습니다. 삼성은 작은 나라 한국의 기업으로서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어 역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거듭났지만, 아직 애플을 능가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AMD와 인텔의 CPU경쟁은 사실 차게 식어버렸던 무대입니다. 2000년대~2010년대 초반까지 AMD는 사실 인텔의 경쟁자라고 불리기가 부끄러운 상태였습니다. 인텔은 CPU시장에서 사실상의 독점체제를 구축하며 라이벌 AMD를 압도하고 있었죠. CPU시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성능면에서 AMD는 인텔에게 한 수가 아닌 몇 수를 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텔의 제품이 시장을 독점 수준으로 쓸어 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한 때 주당 20달러에 이르렀던 AMD의 주가는 야심차게 개발했던 신작 불도저 아키텍처의 실패 당시에 1.6달러까지 수직으로 낙하하였습니다. 시장평가기관인 무디스에서 세계 CPU 시장을 양분했던 AMD에게 투자 부적격 판정을 내릴 정도였으니, 그 몰락은 정말 드라마틱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 위기의 2014년 AMD 부사장이었던 리사 수 박사가 사장 겸 CEO에 취임합니다. 리사 수 박사는 대만계 미국인으로서, MIT에서 학위를 따고 현업에 뛰어들어 여러가지 눈부신 성과를 낸 젊은 인재로 유명했습니다. 그녀의 성과는 물론 많은 것을 증명해왔습니다만, 아무리 그녀라 하더라도 나락에서 허덕이는 AMD를 구원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었습니다.
그런 세상의 이목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사 수 박사는 AMD의 혁신을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픽 카드 제품군의 가격인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 편, 전임 로이 리드 CEO가 힘썼던 임베디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 결과로 가정용 게임 콘솔의 양대산맥인 XBOX ONE과 플레이스테이션4에 AMD의 CPU와 그래픽 칩셋이 탑재되었고, 이는 AMD가 기나긴 적자를 벗어나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흑자전환을 동력 삼아 리사 수 박사의 AMD는 핵심사업분야를 남기고 다른 사업들을 모두 정리합니다. 이렇게 축적한 여력은 고스란히 기술 개발에 투자되었습니다. 그런 AMD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 그것은 2017년, 신작 RYZEN(이하 라이젠) CPU를 출시할 때였습니다. 라이젠은 인텔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던 200달러 대 데스크탑 CPU시장을 강타하며 다시 인텔의 턱밑까지 추격의 피치를 올립니다. 특히 인텔이 4코어 프로세서에서 장기간 답보상태일 때, 6코어, 8코어의 라인업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들고 나선 점은 시장에 하나의 브레이킹 포인트를 제공했습니다.
라이젠의 대성공은 AMD를 다시 무대의 주역으로 끌어올릴 눈부신 성과였습니다. 리사 수 박사가 취임할 당시 AMD의 시가총액은 21억 달러 정도였습니다. 라이젠이 출시한 이후 2018년 12월 AMD의 시가총액은 205억 달러가 되었습니다. 무려 880% 성장이라는 기적적인 일이 3년만에 벌어진 것입니다. 특히나 한 번 경쟁에서 참패해 몰락한 도전자의 재기라는 드라마는 이 기적에 가치를 더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리사 수 박사는 고 스티브 잡스 이후 또 한 명의 컬트적 인기를 누리는 CEO가 되었지요. 국내에서도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리사 수를 ‘갓 사수’라든가 ‘여신’으로 부르며, 팬을 자처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리사 수 박사의 인기가 치솟았다는 것을 AMD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AMD에서는 AMD 5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한 한정판 라이젠 7 CPU에는 프로세서 윗면에 리사 수 박사의 사인이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수집욕 때문에 사야 하는 CPU’로 관심을 크게 모은 마케팅 전략이었습니다.
리사 수와 AMD의 도약은 인텔과의 라이벌 관계를 회복한 것에서 그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인텔이 99:1이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던 서버 시장에도 거센 도전장을 보냈습니다. 서버 프로세서 신제품 EPYC(이하 에픽)은 서버 시장을 독점하던 인텔의 동급 제품 제온 프로세서를 성능으로 누르며 점유율을 빠르게 올리고 있습니다. 99:1의 점수판은 85:15로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변할 수 없는 서버 프로세서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대단한 일입니다. 에픽 역시 제온에 비해 성능은 좋고 가격은 낮은, 반칙성 경쟁력을 보유한 제품입니다. 심지어 이번에 제온 프로세서를 벤치마킹에서 누른 제품은 32코어 64스레드 모델인데, AMD는 이미 64코어 128스레드의 상위 모델도 개발을 완료한 상태라고 하니 인텔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입니다.
그리고 서버에의 도전과 더불어 데스크탑 프로세서 시장의 완전한 역전도 달성할 기세입니다. 지난 5월 27일, AMD는 3세대 ZEN2(이하 젠2) 프로세서를 발표했습니다. 인텔이 아직 14nm 공정에 머물러 있는 시점에 무려 7nm 공정을 적용한 제품이 등장한 것입니다. 젠2 프로세서는 명실공히 가격과 성능 모두에서 인텔의 제품군에 앞서는 제품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제 AMD는 인텔의 뒷모습을 보지 않고 앞서 나가게 된 것입니다.
불과 5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일어난 드라마틱한 변화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리사 수 박사입니다. 그녀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영, 마케팅 전략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 그리고 오랜 경험과 그 안에 서린 수많은 노력은 AMD라는 기업을 통해서 눈부시게 발휘되었고,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그녀는 동양계 미국인이며, 여성입니다. IT업계의 경영자나 엔지니어로서는 범상치 않은 배경일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F1 레이스 상하이 그랑프리에서 페라리의 스폰서로 자리했던 리사 수를 현지의 중국인 중 한 명으로 착각한 F1 해설자 마틴 브런들이 ‘영어를 할 줄 아느냐’는 질문을 던져서 수많은 이들의 빈축을 산 일이 있습니다. MIT에서 4개의 학위를 받은 사람에게 영어 가능 여부를 묻다니 한심하다는 반응은 어쩌면 그녀가 커리어와 인생을 통틀어 겪어야 한 시련의 한 단면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한 그녀는 자신의 배경이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CEO는 CEO이고, 엔지니어는 엔지니어일 뿐 동양계도 여성도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라는 그녀의 말에 일가를 이룬 대가의 기품도 느껴집니다. 한 사람의 기업인, 프로페셔널,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리사 수 박사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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