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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패밀리

[Book Review]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 인생 버킷리스트

by 지란지교소프트 2021. 2. 3.

[Book Review]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 인생 버킷리스트 
지란지교소프트 with 지란지교패밀리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예전에는 이런 제목의 책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모자라 내 인생에 대해 돌아볼 사치 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죽을 병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기도 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아마도 항상 ‘Memento Mori’를 가슴 속 깊이 새기고 다닐 정도로 친숙한 단어일 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항상 곁에 있는 존재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를 가슴 속 깊이 새겨 삶에 대해 겸허해질 수 있는 것이다. 시한부 인생처럼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면 이 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책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른 책들이 있다. 마로니에 북스 저작 간행물 시리즈이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시리즈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등을 비롯해 ‘죽기 전에 꼭 만들어 봐야 할 요리, 꼭 봐야 할 자연절경, 꼭 들어야 할 클래식’ 등 16권 시리즈가 있다. 두께도 어마어마하다.

이 시리즈를 연상하게 한 책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은 52인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책이다. 재미있는 점은 책의 저자들 모두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모두 전문직 종사자들이거나 강연자들 프리랜서들이다. 책에 펼쳐진 이들의 꿈은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 그리고 자신들만의 저작물을 출판하고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고 자신들의 사업체를 여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내용은 직장을 다니고 있거나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꿈이기도 하다. 거의 대다수의 버킷리스트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책에 적힌 버킷리스트는 큰 맥락에서 볼 때 대동소이한 점이 다소 아쉽다. 한편으로는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획일성의 단면성을 엿보기도 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이 점에서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에서 읽었던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는 소제목이 상기됐다. 학창 시절에 3월 새학기가 되면 누구나 ‘꿈이 무엇이니?’라는 질문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 질문에 ‘과학자요’, ‘CEO예요’, ‘PD입니다’, ‘판사요’, ‘검사요’, ‘경찰이요’, ‘대통령이요’ 등 원하는 직업을 꿈이라고 대답한다. 이것을 보고 최태성은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을 얻는다 해도 삶이, 인생이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데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저자들이 작성한 버킷리스트도 학창 시절의 꿈을 명사형으로 ‘무엇이 되고 싶다’고 대답하는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의 쓸모’에서는 명사형의 직업에 동사형의 대답인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은 쉽다.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성인이 된 이후 너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한참을 고민하다 “글세......”하고 대답하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고민해오고 자신의 꿈을 되돌아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사회에서나 양육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6개월 후 죽는다고 생각하면 여기 책에 작성된 내용 중 정말로 와 닿은 내용은 별로 없다. 죽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렇다면 책에 작성한 것처럼 이름을 남겨 유명해지는 것, 돈을 한 달에 5000만 원 벌어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를 얻는 것, 자신의 회사를 가지는 것 등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이 책에서 대표적으로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있다. ‘역사의 쓸모’에서 말하는 ‘어떻게 살고 싶다’는 동사형 꿈이 드러나는 내용들이다. 소제목을 보자면 ‘나다운 나로서 제2의 인생 시작하기’, ‘언제나 도전하며 살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운영하기’ 등이 바로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들로써, 추천해 주고 싶은 내용이기에 몇 자 적어본다.

첫 번째 추천할 내용은 조재하 작가의 ‘나다운 나로서 제2의 인생 시작하기’이다.

작가는 대학교 입학 할 때까지는 어머님의 사업 번창으로 부족한 것 없이 자랐고 결혼한 이후에도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할 것 없고 아쉬워 보이지도 않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은 못내 부족하고 아쉬웠다고 말한다. H.O.T를 좋아하던 열정을 표현해 보지 못한 점, 돈이 없을 때 아르바이트 못해 본 점, TV 리포터 제안을 받았을 때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 아쉬운 점을 아주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모든 아쉬운 점들은 자신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나 다운 게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다는 데에서 기인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다운 것. 바로 이것이 ‘정체성’이다. 성공을 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길을 가야 한다.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대사가 있다. ‘이건 너답지 않아!’라고 친구가 말하면 ‘나다운 게 뭔데?’라고 반문하는 주인공의 대사가 그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려면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른 면의 정체성을 발현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새로운 면모의 나를 발견함으로써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조재하 작가의 말은 죽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틀림없다.

두 번째 추천할 내용은 류현미 작가의 ‘언제나 도전하며 살기’이다.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에 도전하기를 소원으로 말한다. 산티아고 순례가 자신이 스스로 정한 소원이라서 특별한 의미가 깊은 것이다. 작가도 여느 사람처럼 어릴 때 남들이 가치가 있다는 것에 집중하고 소비하고 살아온 삶에 대해 반성한다. 어릴 때는 남들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장난감에, 커서는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중요하다고 여기면서 살아왔다. 남들의 기준에 맞춘 가치있는 물건들과 대상들을 소비하면서 합리화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그 동안 자신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현실을 되돌아보며 자조한다. 산티아고 순례는 이런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라는 작가의 막연한 희망과 기대가 나타나 있다. 산티아고 순례에서 자신을 흔드는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자신을 흔드는 것 그것은 바로 우리 삶을 재단하는 사회적 기준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사회에서 나 혼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대등의식의 발로에서 우리 행동의 기준을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 혼자 튀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신발을 살 때, 머리를 손질할 때도 우리는 남들의 눈을 의식한다. 하지만 류현민 작가처럼 자신이 익숙한 사회의 가치 기준에서 벗어나 언제나 도전하며 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 삶은 풍요로운 삶이라고 자부해도 되는 삶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내용은 엄지혜 작가가 작성한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운영하기’이다.

이는 공익적 삶을 지향하는 삶이다. 작가는 초등학교에서 장애아동들에게 특수 교육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이다. 저자도 역시나 학교 다닐 때에는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 다니던 교회에서 만나게 된 특수교육학과에 다니는 언니, 오빠들을 알게 된 점과 아버지의 조언으로 특수교육학과를 진학했다는 점을 기술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그런데 작가는 2015년 미국 학회에 다녀온 이후로 자신이 아주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직장인들은 자신의 직장을 싫어한다. 그렇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 한다. 적성이 맞는 일을 선택해야만 일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해온 일을 토대로 새로운 공익성의 꿈을 꾸고 있다. 이 꿈은 응원받고 격려받아야 마땅하다. 자기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이타적 삶에 근원을 둔 꿈이기 때문이다. IMF 이후 모든 정서적 가치를 돈으로 환원한 우리 사회에서 꿈꾸기 어려운 삶이다. 엄지혜 작가의 내용을 읽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그 꿈을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이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은 많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차분함과 여유가 가장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발현하여 사회가 정해준 가치와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새로운 가치있는 것에 도전하면서 살아야 가치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가 남과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우리 삶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이룬 삶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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